후각은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냄새를 맡지 못한다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더라도 제대로 맛을 느끼기 어렵지요.
코감기에 심하게 걸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후각이 없다면 우리는 음식의 풍미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꽃이나 허브의 향도 맡을 수 없어요. 가스 냄새나 해로운 화학물질의 냄새도 자각하지 못하여 위험에 빠질 수 있지요. 이처럼 후각은 청각, 시각과 함께 매우 중요한 감각입니다.
후각수용체와 냄새 인지: 노벨상 수상 연구
그렇다면 우리는 후각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을까요?
할머니의 오래된 장롱 냄새, 혹은 비 온 뒤 젖은 흙에서 나는 냄새를 떠올려 봅시다. 이러한 냄새는 이전의 경험과 이미지의 연상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험실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냄새, 혹은 세상에서 처음 발견된 식물의 냄새라면 어떨까요? ‘보라색 수박’이나 ‘네모난 바퀴’처럼, 실제로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는 시각적인 정보와는 달리,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냄새는 표현할 단어조차 찾기 어려워요.
이처럼 후각 정보는 다른 감각에 비해서 아직 원초적이며, 과학적으로도 세밀하게 분석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냄새’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알게 된 것은 불과 3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어요. 2004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은 우리가 냄새를 어떻게 맡는지를 처음으로 밝힌 두 과학자, 리처드 악셀 교수와 린다 벅 교수에게 주어졌습니다.1 이 두 분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타게 된 결정적인 논문은 1991년에 발표되었고요.
향 성분과 후각수용체의 역할
코안의 점막 세포에 있는 ‘후각수용체’는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후각수용체’를 자물쇠에 비유한다면 향성분은 열쇠에 해당하지요. 후각수용체가 자기에게 딱 맞는 향성분에 의해 열리는 순간, 후각신경세포 안에서 전기적인 신호를 만들게 되고, 이러한 전기신호가 뇌로 전달되면서 비로소 우리는 ‘향’을 느끼게 됩니다.
선물 받은 장미 한 다발의 향기를 맡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장미의 향 성분은 공기를 타고 우리의 코로 들어간 후, 콧속을 덮고 있는 점액 성분에 녹아 수용체를 찾아갑니다.
향 성분이 자기와 모양이 들어맞는 후각수용체를 찾아서 결합하면, 그 후각수용체는 뇌로 전기 신호를 보내서 장미 향을 맡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서의 후각수용체: 유전자에서 단백질까지
향 성분이 외부에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면, 후각수용체는 우리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집니다. 어떤 유전자는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을 만들고, 어떤 유전자는 소화효소를 만드는 것처럼, 후각수용체 역시 내 세포 안에 있는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입니다.
사람은 약 3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유전자는 몸 안에서 특별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후각수용체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는 1,000개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유전자의 3%에 해당하는 숫자로, 특정 기능을 하는 유전자 집단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할 수 있지요.
후각수용체가 단순히 장미 향을 맡고,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는 것 이상으로 체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리처드 악셀 교수와 린다 벅 교수가 노벨상을 받은 뒤로, 많은 과학자들은 후각수용체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요.
후각에 대한 더 다양한 내용을 보고 싶다면, 다음 글을 클릭해 보세요!
- Linda Buck and Richard Axel. A Novel Multigene Family May Encode Odorant Receptors: A Molecular Basis for Odor Recognition. Cell. 1991; 65: 175-187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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