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두고 공부가 잘 풀리지 않거나, 직장에서 트러블을 겪거나, 친구나 연인과 크게 싸우거나,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당면하곤 합니다. 그때마다 피부 컨디션은 어김없이 바닥을 치지요.
스트레스는 단순히 내 마음만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실제로 피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가능할까요? 스트레스는 머리가 받는데, 어떻게 피부가 난리를 치는 건지 의문을 가져보신 적이 있나요?
보타닉센스의 이번 포스팅에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피부 장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바이러스, 세균, 그 외 온갖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방어해 주고 체수분을 유지해주는 피부장벽의 기능과 구조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와 피부장벽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경피 수분 손실
과학자들은 스트레스와 피부와의 관련성에 대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그렇게 알아낸 사실 중 하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피부의 ‘경피 수분 손실(transepidermal water loss)’을 촉진한다는 것입니다.[i]
경피 수분 손실이 증가하였다는 것은, 단순히 피부 표면이 건조해지는 것이 아니라, 표피 안쪽에 있는 수분이 표피의 피부장벽을 통과해 바깥으로 쉽게 빠져나간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는 피부장벽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요.
또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일으킨 경피 수분 손실은 특히 얼굴 피부에서 많이 일어났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아닌 물리적인 스트레스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시험기간에 잃어버린 피부 장벽 기능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가 보고되었어요. 미국의 한 연구진은 27명의 의대, 치대 및 약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말고사와 방학기간 동안 피부장벽 기능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시험 기간 동안에 학생들은 피부 장벽 기능이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장벽 기능은 더 심하게 악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사라진 방학 기간 동안에 장벽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ii]
열쇠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부터 부신피질까지 전달되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만들어 혈액으로 내보냅니다.
스트레스가 피부 장벽 기능을 약화시키는 이유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피부가 지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지요.[iii]
결과적으로 촘촘했던 피부장벽은 ‘벽돌’을 메꾸어줄 ‘진흙’을 잃게 외어 얼기설기 틈이 생겨 수분이 증발하고, 외부 병원균이 침입하기 쉬운 상태가 되지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아토피를 악화시킨다
아토피만큼 피부 장벽과 깊이 연관되는 피부 질환도 없습니다. 아토피는 피부의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염증으로 인해 피부 장벽이 파괴되는 정도가 심할수록 증상도 심한 특성을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아토피가 피부 장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파괴된 피부장벽이 아토피를 촉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즉, 피부장벽 약화는 아토피의 결과 뿐만 아니라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iii]
아토피 환자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특징은 환부에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피부 장벽이 망가지면 흔히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지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피부 장벽의 진흙 생성을 방해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데, 이 진흙에는 세라마이드와 같은 보습 성분과 AMP라고 불리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펩타이드 등이 함유되어 있어요.
따라서 수분이 날라가서 건조하고, 얼기설기 구멍이 뚫려있으며, 항균성분까지 부족한 피부장벽은 황색포도상구균이 살기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아토피에도 아주 취약해지지요.
따라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아토피를 직접적으로 유발하지는 않더라도, 아토피를 악화시키고, 치료를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아토피 뿐만이 아니라 피부장벽과 관련 있는 건선 환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피부와 피부장벽을 유지하고 싶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는 주의한다고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대신에,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라면 이를 잘 받아들이고, 관리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피부가 잔뜩 성을 내고 있다면 이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잠깐 멈추고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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