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광고를 보다 보면 ‘피부 장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어떤 성분이 피부장벽을 튼튼하게 해주고, 피부 장벽이 약해지면 건조함과 트러블이 생긴다는 이야기처럼 말이지요.
피부 장벽은 그야말로 몸을 지켜주는 장벽입니다. 바이러스, 세균, 그 외 온갖 유해 물질로부터 신체를 방어하지요.
피부 장벽이 얼마나 뛰어난 기능을 하는지는 코로나 19 예방 수칙만 살펴봐도 알고 있습니다. 30초 동안 손을 씻기만 해도 바이러스가 사라지니까 말입니다. 바이러스는 피부 안을 통과하지 못하고 겉에만 머물러있기 때문입니다.
죽은 세포로 이루어진 피부 장벽
피부의 구조 ⓒ보타닉센스
피부장벽은 표피의 가장 바깥 부분인 ‘각질층’을 의미하는데, 말 그대로 장벽을 쌓은 것처럼 생겨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현미경으로 표피를 관찰하면, 납작한 벽돌이 진흙에 둘러싸여 차곡차곡 쌓여 있는 구조를 확인하게 됩니다.
피부장벽을 연구하던 피터 엘리어스 교수는 각질층에서 보이는 이러한 구조를 ‘벽돌과 진흙 구조 (brick and mortar)’로 명명했어요.[i]
벽돌과 진흙 구조
벽돌과 진흙 구조 ⓒ보타닉센스
먼저, 벽돌은 딱딱하게 굳은 각질 세포입니다. 각질 세포는 표피의 과립층에 있는 과립세포가 죽으면서 만들어진 세포이며 단단하게 장벽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해요.
각질세포는 과립세포보다 훨씬 납작한데, 이는 과립세포가 죽으면서 과립을 모두 내뿜었기 때문입니다.
과립세포가 내뿜었던 과립은 ‘진흙’이 됩니다. 진흙은 주로 지질성분인 세라마이드, 유리지방산, 콜레스테롤로 구성되어 있어요. 최근 세라마이드가 들어간 크림이 각광을 받는 것 역시 세라마이드가 이 ‘진흙’의 구성성분이기 때문이지요.
피부가 건조할 때 바디로션과 바디오일을 바르듯, 이러한 지질 성분들도 피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피부장벽은 같은 두께의 플라스틱 막만큼이나 뛰어난 방수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요. 그 때문에 몸 안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화상 등의 사고로 인해서 피부의 1/3 이상을 잃으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피부장벽이 모두 파손되어 기능을 하지 못하는 탓이 큽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상처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교하게 생명활동을 조절합니다. 항상성을 깨뜨릴 정도의 심각한 외상이 아니라면 파괴된 장벽 기능은 원래대로 돌아오지요. 부지런한 각질형성세포 덕택입니다!
천연보습인자 NMF(Natural Moisture Factor)
‘진흙과 벽돌 구조’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피부장벽의 진흙(지질 성분)은 피부의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합니다.
그러나 말린 미역에 기름을 바른다고 미역이 촉촉해지지 않는 것처럼, 이미 건조한 상태의 각질층에 기름 성분만 가득한 ‘진흙’만 잔뜩 바른다고 피부가 촉촉해지지는 않아요.
피부가 유연하고 매끈해지려면 수분 손실을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분 자체가 피부에 풍부하게 저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피부의 수분은 어디에 저장될까요? 물과 기름은 서로 섞이지 않기 때문에 수분은 지질성분이 주를 이루는 ‘진흙’에 저절로 녹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각질층은 NMF라고도 불리는 ‘천연보습인자(Natural Moisturizing Factors)’라는 물질에 수분을 저장합니다. 천연보습인자는 각질세포 안과 바깥에 골고루 존재하면서 수분을 잔뜩 머금을 수 있어요.
천연보습인자는 주로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아미노산은 물과 잘 결합하므로 수분을 잘 머금을 수 있다.
천연보습인자에 존재하는 아미노산들은 ‘필라그린’이라는 단백질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필라그린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천연보습인자가 부족해져서 피부에 건조함과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필라그린 단백질이 유전적으로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으면 아토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ii]
천연보습인자는 피부의 산성도를 유지하는 데에도 크게 관여합니다. 우리 피부는 pH 4~5.5 정도의 약산성을 유지하는데, 피부의 산성 막은 해로운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피부에서 번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건강한 피부는 비누와 같은 알칼리성 물질에 노출되어도 천연보습인자에 의해 스스로 pH를 조절하고 산성 상태로 돌아올 수 있어요. 그러나 비누나 세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천연보습인자가 줄어들고, 건선이나 악건성 피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적절한 스킨케어와 생활 습관으로 피부 장벽을 지키고, 천연보습인자를 충분히 공급하여 더욱 건강한 피부를 경험해 보세요.
참고문헌:
[i] Peter M. Elias. (1996), The Stratum Corneum Revisited. The Journal of Dermatology, 23: 756–768.
[ii] Revisiting the Roles of Filaggrin in Atopic Dermat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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