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흑색종(피부암)이란?
악성흑색종이란, 멜라닌세포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의 일종입니다. 정상적인 멜라닌 세포라면 색소를 만들어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우리 몸의 피부색깔을 결정하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이러한 멜라닌 세포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검정색 반점이 몸에서 증식하면서 악성흑색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부암은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2023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암 중 2.9% 가량이 피부암이었다고 합니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지요.
특히 초기에는 일반적인 반점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피부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함께 자외선 노출이 가장 많이 대두되고 있어요.
특히 태닝으로 인해 인공 자외선에 자주 노출되거나, 물집이 잡힐 정도로 강한 햇빛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피부암 발생율이 증가합니다.
피부암은 악성도가 높은 종양이라서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치료법이 다양하지도 않아서 대부분 절제를 하는 방법을 선택하지요. 다른 종류의 암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 요법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피부암의 발병과 치료에 후각수용체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후각수용체 연구의 권위자인 독일 루어대학교 한스 하트(Hanns Hatt) 교수 연구팀이 밝혀낸 내용입니다.
신체 기능을 지켜주는 후각수용체
냄새를 인지하는 코의 후각상피에는 수많은 종류의 후각수용체가 있습니다. 후각수용체에 향기성분이 붙으면 향기 신호가 두뇌로 전달되는데, 바로 이 과정이 우리가 냄새를 맡는 과정입니다.
사람의 DNA에는 후각수용체를 만드는 종류의 유전자만 약 39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포유동물에게는 다른 어느 수용체보다도 후각수용체의 유전자 숫자가 많다고 하지요.
단순히 냄새를 맡기 위해서 이렇게나 많은 유전자가 필요할까요? 어쩌면 후각수용체에는 냄새를 맡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에 과학자들은 후각수용체에 또 다른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후각수용체는 코뿐만 아니라 사람의 피부에, 위장에, 간에, 그리고 그 외 여러 신체 장기에서 발견되었고, 이것이 신체 기능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피부암세포에서 증가하는 후각수용체 OR51E2
후각수용체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이번에 연구된 후각수용체는 바로 OR51E2라는 후각수용체였습니다. 하트교수 연구팀은 정상세포에 비해 피부암 세포에 OR51E2 후각수용체가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어요.
OR51E2 후각수용체가 암세포 발생을 증가시킨 것인지, 아니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되면서 결과적으로 OR51E2 후각수용체 발현이 증가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요.
β–이오논 향기성분에 의한 피부암 치료 가능성
β-이오논은 당근, 알몬드, 토마토, 산딸기 등의 다양한 식물에 giadb된 향기성분이예요.
β-이오논은 피부암세포에 있는 후각수용체 OR51E2에 결합하여 세포 안으로 시그널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리모콘인 셈이지요. 시그날을 받은 세포는 다양한 활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요.
보통 세포는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아폽토시스(apoptosis)’라는 과정을 거쳐서 스스로를 자멸시키로서 우리 몸을 보호하게 되지요. 암세포는 문제가 심각하지만 스스로 자멸하기는커녕 매우 빠른속도로 증식을 해서 문제입니다.
β-이오논 향성분이 피부암세포에 있는 후각수용체 OR51E2에 결합하여 세포 안으로 시그널을 전달하면, 아폽토시스가 일어납니다. 즉, 세포 자멸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β-이오논은 아폽토시스 뿐만 아니라 세포의 운동성 역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세포의 운동성은 전이와도 관련이 높은데, 운동성이 저하되면 전이 속도 역시 현저하게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트 교수 연구팀은 β-이오논이 후각수용체를 통해서 악성흑색종 피부암에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β-이오논이 악성흑색종 세포에만 나타나는 후각수용체에 특이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피부암세포의 표적치료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더 연구되어야 하겠지만, 그간 피부암은 이렇다 할 표적 항암 치료요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갖는 의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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