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실로 놀라워요! 과거에는 약 10,000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으나, 이는 잘못된 추정치였지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최소 1조 개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350~400가지의 기능을 하는 후각수용체입니다.
인간의 DNA에는 이보다 많은 약 1000가지의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존재하지만, 그중 약 600개 정도는 기능을 하지 않는 유전자라고 해요.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추정치일 수 있어요. 연구가 진행되면서 후각수용체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이 밝혀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인간은 총 몇 종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까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일을 생각해 볼 때, 인간의 유전자 수는 생각보다 적어 2만~2만 5천 가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전체 유전자 중 자그마치 3~4%가 후각수용체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이 잘 오지 않으신다고요? 그렇다면 1년 생활비의 3%를 향수를 사는 데 소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연간 평균 생활비는 1600만 원이라 가정한다면, 여기서 매년 50만 원가량을 향수 사는 데 투자하는 셈이지요.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은 시각 정보입니다. 사람들은 시각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큰 공포를 느끼지만, 후각 상실은 덜 민감해요. 조금 불편하긴 하겠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시각을 인지하는 데에는 훨씬 더 적은 종류의 수용체가 사용됩니다. 사람이 100만 가지 색깔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광수용체로 충분합니다. 컴퓨터가 색상을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로, RGB, 즉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의 색을 각각 인지하는 수용체들이지요.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렇게 많은 후각수용체를 필요로 하는 걸까요? 후각은 감각 중에서도 비교적 덜 중요하게 치부되는데 말입니다. 답은 바로 ‘이소'(ectopic)’ 후각수용체에 있습니다.
이소 후각수용체: 온몸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
후각 매커니즘 연구는 최근에 와서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리처드 악셀과 린다 벅은 1991년, 후각 매커니즘을 규명하는 논문1을 썼고, 이에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돌아갔습니다.
아폴로 11호가 처음 달에 도착한 해가 1969년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후각’이라는 것을 인류가 제대로 알게 된 시기가 늦어도 굉장히 늦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시작이 늦어졌던 만큼, 새로운 것이 밝혀지는 속도는 빠릅니다. 최근 연구자들을 가장 매료시키는 것은 ‘후각수용체’입니다. 후각수용체가 코뿐 아니라, 온몸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코 외의 장소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를 ‘이소(ectopic)’ 후각수용체라고 합니다. ‘이소’는 원래의 장소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후각수용체가 냄새를 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 생각의 방향을 아예 다르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후각수용체가 냄새를 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가 후각수용체를 사용하는데, 코도 그중 일부라는 해석이지요.
즉, 우리 몸에서 향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가장 먼저 발견된 부위가 코이고, 코는 냄새 맡는 역할을 하기에 ‘후각수용체’라 불리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전신에 있는 후각수용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별 세포에 회복탄력성을 부여하여 세포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하게 함으로써 총체적으로는 건강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피부가 말을 듣게 하는 법
피부에 여드름이 생기거나, 피곤하게 축축 처지거나, 건조해서 갈라지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피부는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들을까? 피부가 내 생각에 따라 알아서 스스로 촉촉하고 매끈해진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요.
피부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피부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서요.
피부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는 시그널을 통해서 콜라겐 생성과 히알루론산 합성을 촉진하는 매커니즘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콜라겐은 피부를 받쳐주는 단백질 기둥으로, 주름 없이 피부가 탱탱하게 차오를 수 있도록 해주고, 히알루론산은 자기 몸의 수백 배나 되는 물을 흡수해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키는 성분이지요.
즉, 피부 후각수용체는 피부가 스스로 회복하는 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스킨케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Buck, L., & Axel, R. (1991). A Novel Multigene Family May Encode Odorant Receptors: A Molecular Basis for Odor Recognition. Cell, 65(1), 175-187. doi:10.1016/0092-8674(91)90418-X ↩︎
“스킨케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소 후각수용체”에 대한 2개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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