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달우드 향기 성분의 피부 자극 감지 및 상처 치유 효과
습한 공기, 시원한 바람, 까슬까슬한 옷자락, 화장품의 성분…
모두 피부가 맞이하는 자극들입니다. 신체 가장 바깥을 감싸고 있는 피부는 언제나 다양한 자극을 마주하지요.
피부는 몸에 있는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거친 외부 환경으로 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이처럼 자극과 신호를 감지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피부 중에서도 가장 바깥에 있는 표피층은 대부분 각질형성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각질형성세포는 여러 종류의 후각수용체를 통해 향성분을 감지하고 있어요. 코로만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피부도 향기를 맡고 있는 것이지요.
표피 기저층과 후각수용체 OR2AT4의 역할
샌달우드는 백단 나무라고도 불리며, 인도 지방에서 주로 자랍니다.
샌달우드에서 추출한 향료는 따뜻하고 이국적인 나무 향기 때문에 고급 향수에 많이 쓰이고 있어요. 또한 샌달우드 오일은 오랫동안 다양한 전통 의학에서 사용되어 온 에센셜 오일로 특히 피부 건강과 상처치유에 대한 효능이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샌달우드 향료를 구성하는 향기 성분 중의 하나인 “샌달로어(Sandalore)”가 각질형성세포에 있는 OR2AT4라는 후각수용체를 통해 세포 내로 신호를 전달하고, 피부 상처를 치유한다는 사실이 십년 전에 밝혀졌어요. 독일 루어 대학교의 한스 하트(Hanns Hatt) 교수팀이 이를 연구했습니다.1
한스 하트 교수는 각질형성세포에 5가지 종류의 후각수용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 중 OR2AT4 수용체가 샌달로어 성분을 인식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샌달로어 향성분이 OR2AT4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세포 안으로 신호를 보내서 세포내 칼슘농도를 증가시키고, 각질형성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촉진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세포의 증식과 이동, 재생은 상처 치유의 핵심적인 지표이지요. 피부 조직에 스크래치를 내고 상처가 아무는 것을 관찰한 실험에서도 샌달로어는 확연한 상처 치유효과를 보였습니다.
표피의 기저층에 많이 존재하는 OR2AT4 후각수용체
넘어져서 무릎이 다치거나 손가락이 베였을 때, 상처는 스스로 아뭅니다.
이러한 자연적인 상처 치유는 표피의 기저층에서 일어납니다. 기저층에 있는 각질형성세포는 스스로를 증식시킨 후, 상처 부위로 이동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상처 부위를 메꾸어서 피부를 아물게 하는 것이지요.
놀랍게도, 샌달로어를 인식하는 OR2AT4 후각수용체는 표피 기저층에서 가장 많이 발현된다고 합니다. 각질형성세포에 빠르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겠지요.
또한, 샌달로어는 500 달톤 미만의 소수성 물질이기 때문에 피부에 바르는 것만으로도 표피 기저층까지 쉽게 흡수될 수 있습니다.
(500 달톤 법칙에 대해 자세히 보고 싶다면, 다음 글을 클릭하세요!)
신경세포와 각질형성세포 간의 통신 네트워크
샌달로어는 근처에 있는 신경세포에까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샌달로어가 후각 수용체 OR2AT4를 자극하면, 각질형성세포는 ‘ATP’라는 에너지 화합물을 세포 바깥으로 분비합니다.
신경세포는 이 ATP를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P2Y 수용체 등)를 장착하고 있어서 ATP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ATP 수용체가 활성화된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거나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각질형성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촉진하고 피부 재생에 깊게 관여하는 것이지요.2
상처 치유와 피부 재생을 위해 피부에 있는 신경세포와 각질형성세포 간에 이토록 정교한 통신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미래에는 샌달로어가 마데카솔이나 후시딘과 같은 새로운 상처치유 연고 성분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샌달로어를 인식하는 후각수용체 OR2AT4는 상처치유를 담당하는 각질형성세포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피부세포인 멜라닌세포와 수지상세포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세포들에서 OR2AT4 후각수용체가 어떠한 역할을 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피부 후각수용체 연구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만큼, 앞으로의 연구 결과가 기대됩니다.
- Busse D, Kudella P, Gruening NM, Gisselmann G, Staender S, Luger T, Jacobsen F, Steinstraesser L, Paus R, Gkogkolou P, Boehm M, Hatt H, Benecke H. A Synthetic Sandalwood Odorant Induces Wound-Healing Processes in Human Keratinocytes via the Olfactory Receptor OR2AT4.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2014) 134, 2823–2832 ↩︎
- Hanns Hatt et al., “Olfactory receptors in the skin: Sandalwood scent facilitates wound healing, skin regeneration” ScienceDaily, 2014년 7월 8일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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